아기질병 - 아기 빈혈

아기질병 - 아기 빈혈

◆ 아기 빈혈의 대부분은 '철 결핍성 빈혈'  빈혈이란 혈액 중의 적혈구 수와 혈색소(hemoglobin)의 농도가 감소한 상태를 말합니다. 혈색소는 우리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혈색소가 부족할 경우에는 피부가 창백해지고 현기증이 나며 몸이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면서 맥박이 빨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기들의 빈혈 중에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것이 철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철 결핍성 빈혈입니다. 태아는 엄마로부터 태반을 통하여 철분을 흡수하는데, 엄마가 빈혈 상태일지라도 태아는 자신에게 필요한 철분을 충분히 공급받아 체내에 저장해 두었다가 생후 6개월간 쓸 철분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따라서 임신 중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면 6개월 내에 철 결핍성 빈혈에 걸릴 위험은 적은 편입니다. 다만 그 이후 외부로부터 적절히 철분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빈혈 증상이 나타납니다.  한편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의 경우는 가지고 태어나는 철분량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태어난 후 성장 속도가 정상아보다 빠르기 때문에 철분 결핍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미숙아가 엄마로부터 물려받아 보유한 철분이 바닥나는 시점은 대략 생후 2∼3개월경. 따라서 미숙아일수록 조기에 철분을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아기의 성장이 빠른 2세까지는 그만큼 '피'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철분 공급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돌이 지난 아기에게 생우유를 너무 많이 먹여도 빈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생우유에는 철분이 부족한 것은 물론 장내에 미세한 출혈을 일으켜 철분이 손실될 수 있으며, 아기가 생우유로 배를 채움으로써 철분이 많은 다른 음식을 적게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 자가진단으로 알 수 없고 빈혈 검사 받아야  아기들의 빈혈은 심각한 증상이나 후유증이 없기 때문에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 아기는 안색이 창백해 보이며 잘 먹지 않고 잘 놀려고 하지 않으며 보채고 칭얼댑니다. 주위에 무관심해지고 의욕이 사라지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돌 지난 아기의 경우 흙이나 종이 등을 집어먹는 이식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신경학적 이상도 초래되어 행동장애 및 발달장애가 나타나고, 집중력이 부족해져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다른 질병에 걸렸을 때도 올 수 있는 것이어서 엄마가 눈으로 아기의 빈혈을 진단하긴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빈혈이 의심되면 소아과에서 빈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확실합니다. 소아과에서 빈혈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생후 9개월, 18개월, 3세 경엔 한 번쯤 빈혈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아기 철분제는 반드시 용량 지켜 먹여야  소아과 진찰을 통해 철 결핍성 빈혈이 확인되면 철분 제제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철분 제제를 보통 2∼3개월 정도 먹이는데 빈혈에 의한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6∼8주를 더 먹여야 합니다. 그리고 철분 제제는 절대로 용량 이상 먹여서는 안 됩니다. 더 먹인다고 빈혈이 빨리 좋아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만 커집니다.  또한 철분제는 우유와 함께 먹여서는 안 됩니다. 우유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약은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기본이지만 예외적으로 철분제는 주스(특히 오렌지 주스)와 함께 먹어도 괜찮습니다. 비타민 C는 철분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 모유나 철분 강화 분유 먹이니 그걸로 됐다?  철 결핍성 빈혈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이 가능합니다. 아기의 빈혈은 적어도 돌까지는 이유식만 제대로 해도 잘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빈혈이 걱정된다면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게 좋습니다. 모유는 분유보다 철분이 적게 들어 있지만 모유 내 철분은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빈혈 예방에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6개월이 지나도록 모유만 먹이고 철분이 강화된 이유식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거나 편식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철분 섭취량이 부족해져서 빈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소화아동병원 소아과 배현철 전문의는 "대개의 엄마들이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엄마들이 아기에게 이유식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철 결핍성 빈혈에 걸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합니다.  이유식을 만들 때는 철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꼭 함께 준비합니다.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달걀노른자, 쇠고기, 쇠간, 굴, 대합, 바지락, 김, 미역, 다시마, 파래, 쑥, 콩, 강낭콩, 깨, 팥, 잣, 호박, 버섯 등입니다. 육류에 들어 있는 철분은 달걀노른자보다는 흡수가 잘되지만 고기만 먹는다고 철분 흡수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소나 과일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와 당근과 멸치에 들어 있는 칼슘이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므로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이는 것이 철 결핍성 빈혈의 예방에 중요합니다. 또한 생우유는 돌전에는 가급적 제한하고, 또 돌이 지났다 해도 양은 하루에 400∼700cc 정도가 적당합니다. 아울러 철이 풍부한 음식과 균형 있는 식사로 빈혈을 예방해야 합니다.  철분이 강화된 분유라 해도 분유만으로 철분을 보충할 수는 없습니다. 철분 강화 분유는 첨가량이 많더라도 아기의 장에서 얼마나 흡수를 잘하느냐가 문제인데, 철분량이 많을수록 흡수율은 떨어집니다. 또한 이유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철분 강화 분유를 아무리 먹여도 철분을 완전하게 보충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철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이는 게 가장 근본적인 예방법입니다.